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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가 만난 사람] “언어와 삶, 그리고 인권을 잇는 다리, 번역가 유동익”
  • 임강유 기자
  • 등록 2025-07-31 12:49:14
  • 수정 2025-07-31 12: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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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익 번역가.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한 네덜란드 문화의 정수 뒤에는 한 사람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바로 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언어와 법, 그리고 사회복지까지 두루 섭렵한 유동익 번역가다. 아트그라운드는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삶의 깊이와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유동익 번역가는 지난 1997년 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한 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레이던 대학교에서 범죄학 및 언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네덜란드 법원이 공인한 번역사 자격을 취득했다귀국 후 한국외대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특히 2007년부터 2025년까지 네덜란드 가톨릭 방송국의 실종 프로그램 'Spoorloos' 팀에 참여하며 해외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유 번역가는 "입양인들뿐 아니라 한국에 계시는 한국 가족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그들에 관해서 더 알아보기 위해 칼빈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해당 대목에서는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난다현재 그는 네덜란드어 강의를 진행하며입양인 인권 보호 활동과 네덜란드 도서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 번역가의 길운명처럼 마주하다

 

국내에서 네덜란드어 전문 번역가는 흔치 않다유동익 작가는 "네덜란드어를 전공하고 실제로 번역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출판사에서 자신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로 네덜란드 대사관이나 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의 소개를 받는다고 하니, 그의 전문성과 신뢰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셈이다. 덕분에 "의미 있는 책들을 소개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번역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03년이었다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 강사 시절하멜기념행사와 연계해 하멜표류기를 번역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번역가로 발을 내딛게 됐다고 한다이후 2003년 하멜 보고서를 시작으로 꾸준히 번역 활동을 이어왔으며올해 출간 예정인 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까지 20여 권이 넘는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 번역 불가능그러나 가능성을 찾다

 

번역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번역을 '포기'했던 경험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어 특유의 ‘r’ 발음에서 오는 난해함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맛있다는 의미의 “lekker”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예인데, ‘r’ 발음을 빼먹고 발음하면 펑크가 난이란 뜻을 가진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릴 수 있다. 이 같은 점은 언어의 미묘한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는 "어린이 동화책을 검토하다가 ‘r’ 발음을 활용한 언어유희가 두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어떻게 번역해도 그 말맛과 소리의 유쾌함을 살릴 수 없어 결국 그 책의 번역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때 다시 한 번 절감했다모든 언어는 저마다의 고유한 뉘앙스와 소리를 품고 있고어떤 것은 정말로 다른 언어로는 번역해낼 수 없다는 것을요." 이는 번역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그 한계 안에서 최선을 찾아가는 번역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글자를 넘어 마음을 잇는 번역가

 

유동익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냥 글자를 전달해 주는 번역가가 아닌 내용을 전달하고 그 마음을 전달해 주는 번역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는 저자와 독자 사이의 마음을 이어주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기술자를 넘어, 저자의 메시지와 감정까지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깊은 철학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그는 번역 활동을 넘어 사회적인 기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유 번역가는 "앞으로도 계속 입양인들을 찾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해외입양인들은 대한민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입양된 국가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들의 사연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언어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언어의 전문가이자 동시에 사회의 약자들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번역가 유동익그의 번역과 삶의 여정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위로를 주기를 기대한다.

 

이하 유동익 번역가 주요 번역서 

 

곧 출시 예정인 유동익 번역가의 번역서(2025).


2003 하멜 보고서』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북풍마녀레닌그라드의 기적』 다림세계문학

2009 스페흐트와 아들』 문학동네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 해와나무

2014 세계 어린이 인권여행』 별 숲꿈꾸는 카멜레온』 다림출판사

2015 꼬마선장』 잭과 콩나무너도 화났어?』 분홍고래

2016 지도를 따라가는 반고흐의 삶과여정』 이론과 실천이야기로 만나는 유럽문화』 별숲

2017 고슴도치의 소원』 아르테뚱딴지 같은 내 마음 왜 이럴까?』 토토북

2019 반고흐와 나』 미메시스반고흐 걸작선』 반고흐박물관 (공역), 누구 손잡을까?』 국민서관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연금술사

2020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꾸리에뷰티플 말해봐네가 찾은 아름다움을』 그레이트북스하멜 표류기』 더스토리

2022 호치포치 호텔』 아울북 (공역)

2023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잔인한 캠프』 동양북스 (공역)

2025 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 이더레인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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