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유열 작가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와 인간의 감각을 탐구하는 미디어아티스트다.
서울시청 서울림(林) 미디어아트 공모전 당선을 비롯해 CICA 미술관, 서울라이트광화문 등 다양한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현대건설과 협업으로 영구 소장용 미디어 월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그라운드는 변유열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미디어아티스트, 변유열 작가
■ 음악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디어아티스트, 변유열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 중인 변유열 작가는 음악과 기술,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변유열 작가는 컴퓨터 그래픽, 게임 엔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 디지털 페인팅,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변유열 작가는 "같은 이미지나 소리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열린 구조"라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감각과 인식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관객이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현상들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현대음악 작곡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독립영화의 음악과 사운드 작업에도 참여해 왔다.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실험하며,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 음악에서 철학, 그리고 미디어아트로
변유열 작가의 예술 여정은 피아노 건반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예술의 문을 두드린 변 작가는, 중학교 시절 작곡에 매료되어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시작했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현대음악의 깊이를 탐색했다.
변 작가의 창작 세계는 전자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한층 확장되었다. 디지털 사운드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미디어아트로 이어졌고, 대학원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전공하게 되었다. 동시에 대학 시절 철학에 깊이 몰입했으며, 음악과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사유와 상상력은 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디어아트는 음악, 이미지, 텍스트, 인터랙션, 공간, 알고리즘까지 모두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종합적 예술입니다." 변 작가는 이러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개념과 감각, 기술과 철학이 만나는 다층적인 세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언어를 탐색하는 변 작가의 작업은, 단지 시청각적인 자극을 넘어 관객의 감각과 사유를 흔드는 예술적 실험의 연속이다.
■ '경계의 탐구'에서 공존을 말하다
미디어아티스트 변유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경계의 탐구'를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두 개념을 단순히 나란히 놓거나 교차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간극, 즉 경계선 자체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변 작가는 "흰 종이에 연필로 선을 그은 뒤 현미경처럼 확대해 보면, 검정과 흰색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두 세계가 서서히 섞이며 모호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계의 흐릿함' 속에서 서로 다른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변유열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고정된 경계를 넘어 공존과 상호 이해의 지점을 새롭게 모색하는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변유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 겪는 오해와 반목,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과 대립까지 다시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경계를 무조건 넘어가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경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할 때 비로소 화해의 지점이 나타난다"는 믿음을 작품에 담고 싶다고 전했다.
■ 물리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다
작품의 영감 원천으로 물리학과 철학적 개념을 자주 언급한다. 변유열 작가는 두 물체가 맞닿아도 실제로는 전자기적 반발력 때문에 접촉하지 않는 물리학적 현상이나, 양자역학에서 한 존재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지닌다는 역설적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근에는 인문학과 물리학이 만나는 교차점에 주목하며,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제시한 '의미장(Field of Sense)' 개념과 물리학의 블랙홀 및 중력장 특성 사이의 유사성에 흥미를 느끼고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변 작가는 "의미가 생성되고 사라지는 방식이 블랙홀 주변 시공간이 휘어지고 의미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과 닮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모순적이고도 매혹적인 현상들을 예술적 통찰로 승화시키며, 그 결과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사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 예술의 본질 : 익숙함과 낯섦의 순환
변유열 작가는 예술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하거나, 반대로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드는 행위'로 정의한다. 얼핏 상반된 개념처럼 보이지만, 이 두 과정이 같은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의 구조를 새롭게 의심하고 질문하게 된다"며, "낯선 것을 친숙하게 하는 과정 역시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작업은 결국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 참조적 순환을 만들어내며, 익숙함과 낯섦, 이해와 오해, 앎과 모름이라는 경계가 서로를 비추며 계속해서 순환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변 작가는 "예술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어 인간의 감각과 미적 경험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감각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이러한 작업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다.
변유열 작가는 대가(大家)든 신진 예술가든 관계없이, 많은 예술가가 이와 같은 자기성찰과 감각 확장의 과정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지속 가능한 예술을 위한 다음 방향
변유열 작가는 창작의 세계조차도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문화 예술재단이나 기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구족 속에서 예술은 종종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선택받을 것인가'가 우선시 된다. 변 작가는 때때로 창작의 본질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주제와 형식이 앞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저는 창작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변유열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이 지원금이나 후원 없이도 작품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생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모습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존경스럽습니다"며 그는 오히려 그런 치열함과 진정성이야말로 오늘날 문화와 예술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적인 힘이라고 덧붙인다.
앞으로 경쟁을 넘어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창작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경쟁'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제 자신을 보며, 저 역시 얼마나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며 마지막으로 "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런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
변유열 작가는 현대퓨처넷에서 주최한 미디어아트 공모전에 당선되어 디지털 사이니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을 담은 'Micro Rhizome' 작품으로, 올해 9월경 ▲현대백화점 면세점 무역센터점,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천호점, ▲한섬빌딩의 옥외 미디어 월, 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