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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적인 페스티벌, 우리도 가능할까?
  • 임강유 기자
  • 등록 2025-04-21 11:36:50
  • 수정 2025-04-21 11: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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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문화재단 한정연 생활문화팀장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브레겐츠. 매년 여름 이곳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특별한 무대로 변신한다. 보덴호 위에 설치된 거대한 수상무대, 일명 ‘플로팅 스테이지(Floating Stage)’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세계 3대 음악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과 함께하는 야외 오페라 공연은 자연과 예술의 조화 속에서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 이 축제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단순한 영상 상영이라기엔 숨이 막힐 듯한 무대 규모, 그리고 섬세한 기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연출이 압도적이었다. 수면에 떠 있는 무대는 거대한 조형물과 영상 효과, 그리고 해가 지는 자연의 배경까지 더해져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모든 것이 야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공연을 보며 감탄했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 역량을 갖춘 나라다. 수준 높은 연주자와 연출자, 발전된 문화기술, 그리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자연환경까지. 그런데도 브레겐츠 같은 축제가 왜 쉽게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단순히 예술적 역량만으로는 이런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기 어렵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선 법적 검토부터 안전성 확보, 시공사 선정, 막대한 예산까지 수많은 관문을 넘어야 한다. 거기에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무대를 짓고, 자리를 잡고, 하나의 전통으로 뿌리내리기까지 인내와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과연 그러한 기다림과 격려, 실패마저 포용할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을까?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1946년, 배를 무대로 띄워 오페라를 시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실험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고, 1980년대엔 초현대식 극장을 짓고, 2006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그들은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작품을 2년간 무대에 올릴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다.


우리는 문화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인내’라는 인간적인 소양,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기다림은 더더욱 절실하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진정한 세계적인 축제를 꿈꾼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준비된 역량을 믿고, 그것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아닐까.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야외 축제가 생기길 바라며, 브레겐츠의 아름다운 무대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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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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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zzang622025-04-21 12:05:00

    브레겐츠 페스티벌 검색해서 봤습니다. 엄청난 규모에 아름다운 공연이네요. 생각할 것이 많은 기사입니다. 좋은 글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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