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시 작가.
“인문학 강의를 통해 사람들과 삶의 의미를 나누고 있으며, 입양인들과 한국 가족 간의 통역과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하고, 낯선 여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 그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저서 ‘결혼의 법칙은 있을까, 없을까?’를 출간하고 올해로 작가 데뷔 24년 차를 맞은 ‘배진시 작가’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현재 활동과 삶의 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배진시 작가의 본명인 진시(眞詩)는 ‘참된 시’라는 뜻이 있다. 어려서부터 배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이름의 뜻과 같이 “글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詩)’는 자연이나 인생에 대해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배 작가는 현재 ‘몽테뉴 인문학연구소’와 ‘몽테뉴해외입양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인생은 이름을 따라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배 작가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을 독자를 위한 글로 표현하고 있지만, 해외입양인과 한국 가족을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도 적극 표출하고 있다.
배진시 작가는 “아버지의 말씀을 당시에는 깊이 새기지 못하고 흘려 들었다”며 “젊은 시절에는 철없이 글을 쓰며,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시기도 있었다.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보다는 20여 년 동안 글과 거리를 두고 철학 공부에 집중하며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 작가는 다시금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글을 쓰면서다. 출간한 작품들을 보면 단순한 자전적 에세이로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와 깊이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글쓰기를 단순한 자전적 에세이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와 깊이 연결된 작업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가령, ‘똘레랑스 독서토론’의 경우에도 단순한 독서 가이드를 넘어, 한국 학생들에게 토론의 참된 의미와 소통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인 책”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그녀는 ‘몽테뉴인문학연구소’를 설립해 청소년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의와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인문학연구소는 그가 운영하는 ‘몽테뉴해외입양연대’ 활동과 깊이 맞닿아 있다.
배 작가는 “저의 글과 활동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배진시 작가의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책.
배 작가는 지난 2023년 8월,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라는 책을 집필했다. 해당 책에는 기존의 책들과 다른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명확히 들어가 있다.
그는 해당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는 제가 지난 17년 동안 해외입양인들을 돕는 과정에서 겪고, 듣고, 마주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라며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를 찾는 따뜻한 여정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류 조작, 비즈니스화된 입양, 심지어 아동 납치·매매·성폭력 같은 충격적인 진실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입양은 종종 ‘사랑’과 ‘구제’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을 외면하고, 원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 없이 아이들을 외국으로 내몬 구조적인 아동 인신매매였다”며 “전쟁 중도 아닌 지금의 한국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빼앗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 저는 더 이상 이 나라가 부모 중심의 개인정보보호법 뒤에 숨어 아동의 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제는 아동 중심의 시각으로 입양 문제를 바라보고, 원가정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배진시 작가의 '이웃집 현대사' 책.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해 9월 출간한 ‘이웃집 현대사’로 이어졌다. 작가 본인이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나라의 근현대사는 어떤 토대 위에 서 있는가를 돌아보면서 집필한 책이다.
배 작가는 “전문적인 역사서라기보다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일반 독자들도 쉽고 편하게 읽으며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에 신경 썼다”며 “결국 두 책 모두, 우리가 외면해 온 진실과 마주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배진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본인의 운명으로 여기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희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배 작가는 “저는 남들처럼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늘 주체적으로, 제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며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 방식이었죠. 그만큼 실패도 많았고, 좌절과 고난도 늘 함께였습니다. 저는 훌륭하거나 멋진 사람도, 특별히 똑똑한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아주 평범하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삶의 선택의 순간마다 ‘사익’보다는 ‘공익’의 손을 잡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글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필자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는 작가를 단순히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 ‘공익’과 ‘희생’을 담으면, 그것은 단순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변화, 즉 사회를 올바른 쪽으로 인도하는 환경을 창작하는 고귀한 행동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